넥센과 엘지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시구/시타/애국가를 부르러 목동 야구장에 갔다. 목동가서 이기고 온 날도 없거니와 표도 한 장도 없어서 못가겠거니 했는데, 수니는 한다. 아침내내 지마켓을 두드렸더니 한 장이 거짓말처럼 뿅하고 나왔다. 그래서 회사 조퇴하고 갔다. 표 찾아서 좀 일찍 들어가서 요기나 좀 하고 있을까 해서 서둘러 갔는데, 우연히 출근하는 애들이랑 마주쳤다. 카메라 들고 있는 여자애들이 있길래 아 오나보다 하고 잠깐 섰더니 정말 차에서 우르르 애들이 내렸다. 레오는 일찍 내렸는 지 찾지 못했고 어버버 거리다 사진이고 영상이고 하나도 제대로 못 건지고 그냥 보냈다. 




애국가는 라이브로 들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었고, (별 기대 안했는데 넘 잘 불러서 사실 되게 뿌듯했다;; 되게 떠는 것 같았는데 정직하게 불러서 좋았음.) 출근길도 별로 어렵지 않았으니 퇴근길도 마찬가지겠지,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내가 널 이렇게 가까이서 보겠니 싶어 중앙 게이트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. 한 4~50분 정도 기다렸더니 라비부터 한명씩 나왔다. 차까지 거리 약 50미터. 라비나 혁이 나왔을 때는 그저 '아 티비에서 자주 보던 애들! 와앙 반가워라.' 이라는 느낌이었는데, 막상 레오가 나오자 가슴이 막 두근두근거리고, 누가 옆에 있는 지 뭐라고 하는 지 조차 하나도 들리지 않고 발이 도무지 떨어지질 않았다. 레오는 걸음이 빨랐고, 생각보다 왜소했다. 그 때만큼은 내가 나이가 몇살이고 직업이 뭐고 어쩌고 1도 의식이 안되고 정말 시간과 공간이 얼어 붙는 느낌이었는데, 그 기분이라는 게 정말 짜릿해서 나는 차문이 닫히고도 한참이나 그 앞에서 서있었다. 아, 저 차 안에 네가 있겠구나, 창 밖에 서있는 나를 보고 있을까, 이어폰 끼고 음악 듣기 바쁠까, 뭐 사실 내가 수백번 생각해도 답 안나오는 질문을 던지며 그렇게 멍하니 차 문을 보고 서있었다. (내 뒤에 따라오던 레오 수니들은 이미 찍을 거 찍고 경희대로 튀고 없는 상황ㅋㅋ 아니 그렇게 쏜살같이 사라지다니..) 

기분 진짜 좋았다. 나에게 너는 특별한 사람이구나, 하는 생각이 들었다. 티비에서 볼 때 보다 잘생겼다거나 키가 크다거나 눈빛이 어떻다거나 행동이 어때 보인다거나 하는 건 전혀 모르겠지만, 서른인 내게도 이런 감정이 생긴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. 가슴이 뛰어서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데, 발걸음은 막 가볍고...니가 나를 모르더라도 그런 거 하나도 상관이 없고, 그냥 '너를/봤다'라는 것 자체로 되게 좋았다. 그리고 동시에 다시는 이런 데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. 한번 봤으면 됐다. 충분하다. 뭐랄까,...내게 너무 해로운 느낌..... 살려줘. 타스케테.. 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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